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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의 살아있는 전설 [Since 1976]: 충무로 쭈꾸미 불고기 방문기

이안대디 2026. 3. 31. 21:50

안녕하세요 이안대디입니다.

오늘은 제가 오래전부터 여러분께 꼭 다시 방문해서 리뷰를 올리겠다고 약속했던 그곳, 바로 충무로의 노포(老鋪) '충무로 쭈꾸미 불고기'를 이야기 해 보겠습니다.

충무로의 살아있는 전설 [Since 1976]: 충무로 쭈꾸미 불고기 방문기
충무로 쭈꾸미 불고기 전경

 

기억하시는 분들도 계실지 모르겠지만, 지난번 충무로의 일본식 돈카츠 식당 '츠야카츠' 방문기에서 저는 이 집에 대한 이야기를 짧게 언급한 바 있습니다.

관련글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하시면 아래의 링크를 참고하시면 됩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잘튀긴 일본식 돈카츠 전문식당-츠야카츠[Tsuyakatsu] 충무로 맛집 방

오늘은 서울 충무로 지역의 '츠야카츠'라는 일본식 돈카츠 식당을 방문 후기를 업로드합니다. 사실 이곳을 방문 하려고 간 것이 아니고 원래 다른 목적지를 가기로 했었는데 어쩔 수 없이 우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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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저는 이 식당을 방문하기 위해 충무로에 갔었는데, 늦은 저녁 시간에 도착해 보니 이미 재료가 다 소진되어 그날 방문에 실패했었죠. 그 아쉬움을 뒤로하고 쓴 글에서 "빠른 시일 내에 꼭 리뷰를 올리겠다"는 약속을 드렸었는데, 이렇게 드디어 그 약속을 지키게 되었습니다.


 

  • 상호명: 충무로 쭈꾸미 불고기 (충무로 본점)
  • 주소: 서울특별시 중구 퇴계로 31길 11
  • 전화번호: 02-2279-0803
  • 영업시간: 월요일 ~ 토요일: PM 12:00~10:00 / 일요일: 휴무

 

 

50년 가까이 한자리를 지킨 노포의 위엄

노란 바탕에 빨간 글씨로 크게 쓰인 "충무로 쭈꾸미 불고기" 간판 아래, 작지만 당당하게 새겨진 'SINCE 1976'이라는 글자, 1976년이면 올해로 거의 50년에 가까운 세월입니다.

서울이라는 도시가 수십 번 뒤바뀌는 동안 이 집은 충무로 그 자리를 꿋꿋이 지켜온 것이죠. 외관은 화려하지도, 현대적이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그 담백하고 투박한 모습 자체가 이 집의 내공을 증명하는 훈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본어와 중국어로도 메뉴를 표기해 두었는데, 그만큼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도 입소문이 난 곳이라는 방증이겠지요.

 

저는 이곳일 처음 방문했을때가 IMF 이전 시절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충무로'라는 동네는 인쇄골목으로 유명한 곳이었는데, 당시엔 인터넷이라는 단어조차도 생소하게 느껴졌던 시절이어서 인쇄물은 아주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매체 중 하나이기도 했습니다.


메뉴 구성과 가격

충무로의 살아있는 전설 [Since 1976]: 충무로 쭈꾸미 불고기 방문기
메뉴

 

메뉴판은 군더더기 없이 단출합니다. 

  • 쭈꾸미 (1인분): 28,000원
  • 모듬 (2인분): 30,000원
  • 키조개 : 20,000원
  • 쭈꾸미 (소인분): 18,000원
  • 쭈꾸미야채볶음밥: 8,000원

솔직히 이 집의 가격대는 아주 많이 높은 편입니다. 언제부터인지이 집이 외국인들 사이에 꼭 가봐야 할 음식점 중 한 곳으로 바이럴이 된 이후부터 메뉴 가격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는데요, 단골손님들에게는 상당히 불편한 가격이 되어버린 곳이기도 합니다.

사실 이 집은 충무로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퇴근길에 들려 소주와 함께 즐겼던 대포집이었는데, 이제는 일본, 중국, 동남아 등 관광객에게 맛집이 되어버린 곳이어서 가격대를 놓고 보면 이제는 많이 마음이 상하는 곳이기도 하죠.     
그런데 또 그렇게 생각하다가도 문뜩문뜩 생각나는 곳이기도 하고, 특히 저희 여왕님께서 '쭈꾸미' 이야기가 나오면 오직 이 집만을 외치시는 곳이어서 저희는 생각날 때면 가끔씩 방문하는 식당입니다. 이게 한국사람 특유의 '정'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무튼, 저는 처음에 '모듬'을 주문했습니다. 쭈꾸미와 키조개 관자가 함께 나오는 구성인데, 이 두 가지를 같은 숯불 위에서 동시에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모듬의 가장 큰 매력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먹다 보면 맛이 좋아서 도저히 그냥 끝낼 수가 없고, 나오는 양도 적다는 것이죠. 결국 '쭈꾸미 2인분'을 추가로 주문했고, 마무리는 당연히 '쭈꾸미야채볶음밥'으로 마무리했습니다.


충무로의 살아있는 전설 [Since 1976]: 충무로 쭈꾸미 불고기 방문기충무로의 살아있는 전설 [Since 1976]: 충무로 쭈꾸미 불고기 방문기

[모듬의 등장] 쭈꾸미와 키조개 관자의 협연

접시에 담겨 나온 양념 쭈꾸미와 키조개 관자의 첫인상은 가격 대비 많이 야속하게 느낄 정도로 양이 적습니다.

하지만 이 녀석들을 숯불판에 놓고 구워질 동안의 향과 다 구워진 후 첫 한입을 맛보고 나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는 아주 마성 같은 맛을 지녔습니다.

고추장을 베이스로 한 선명한 붉은 양념이 통통한 쭈꾸미의 몸통과 다리 사이사이에 듬뿍 스며들어 있고, 키조개 관자 역시 같은 계열의 매콤한 양념에 재워져 쭈꾸미와 궁합이 정말 훌륭하기까지 합니다.

숯불 위에 철망을 올리고 양념 재료들을 올리는 순간부터 상황은 긴박해집니다. 숯불의 열기가 닿으면서 짧은 시간 안에 타지 않도록 신경 써서 뒤집어 가며 구워야 하거든요. 구워지는 과정에서 쭈꾸미 특유의 고소한 향과 양념의 매콤 달콤한 향이 뒤섞이며 피어오르는 연기는 그 자체로 이미 오감을 극도로 자극합니다.

일단 쭈꾸미보다는 키조개 관자가 더 빨리 익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먼저 관자를 입에 넣게 됩니다.

이거 정말 맛있습니다. 가격만 아니었으면 저 혼자서 10인분 이상은 해치울 수 있는 묘한 마력을 가진 녀석입니다. 하지만 "모듬에 나오는 관자는 몇 점 되지 않아서 매우 아쉽다"는 생각밖에는 더 표현할 말이 없네요.

이후 적당히 익어가는 쭈꾸미의 몸통이 동그랗게 오므라들며 찰지게 굳어가는 모습, 집게로 집어 올렸을 때 그 특유의 탱글탱글한 탄력감이 두번째 묘미입니다. 오버쿡 직전의 그 찰나의 타이밍을 잡아 쌈채소 위에 올리고 마늘 한 쪽, 쌈장을 곁들여 한 입 넣는 순간... 말로 표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쭈꾸미의 탱탱한 식감, 매콤하고 깊은 양념 맛, 숯불이 입혀준 은은한 스모키 함이 삼중주를 이루며 입안에서 폭발합니다.
이거 드셔보기 전까지는 사악한 가격과 상차림 때문에 욕이라도 하고 싶을 정도이지만, 구워진 한 점을 입에 넣는 순간, 화난 마음을 그냥 밟아버리고 용서가 될 정도로 마음이 누그러집니다.  

참을 수 없어서 추가한 쭈꾸미 한판

모듬을 다 먹고 결국 추가 주문 들어갑니다. 사실 모듬 한판 자체의 양이 적기도 적지만, 구워지기까지 기다리는 동안 식탐이 저절로 늘어 자꾸 손이 가더니, 끝내 이성의 끈을 놓아버린 것이죠. 이 집 쭈꾸미라면 충분히 그럴 만하다고 생각하니까요.

추가로 나온 쭈꾸미는 여전히 처음과 동일한 퀄리티로 제공되었고, 조금 더 여유롭게 온전히 쭈꾸미에만 집중해서 즐길 수 있어서 좋았지만, 식사가 끝난 후 지불해야 할 금액에 대해서는 이미 잊기 시작한 지 오래된 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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쭈꾸미와 키조개 관자


[완벽한 피날레] 쭈꾸미야채볶음밥

숯불 쭈꾸미를 다 즐기고 나서 그냥 자리에서 일어나면 이 집을 절반만 경험하고 나오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바로 '쭈꾸미야채볶음밥'이 남아있기 때문이죠.

참고로 이 녀석은 주변 직장인들의 점심메뉴로도 인기가 아주 높습니다.

남은 양념과 채소, 그리고 쭈꾸미 몇 조각들이 고슬고슬하게 볶아진 밥과 어우러진 이 볶음밥은, 구이 내내 축적된 숯불의 잔향과 진한 양념의 감칠맛이 총출동한 화려한 피날레입니다.

제가 이 녀석을 주문하고 제 테이블에 나왔을 때 이 볶음밥을 입에 넣을 생각에만 빠져있어서 미쳐 사진을 찍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클로즈업 사진에서도 보이듯이 밥알 하나하나에 양념이 고르게 입혀져 있고, 그 위로 파의 초록빛이 색감마저 아름다운 한 그릇이었습니다. 8,000원이라는 금액이 전혀 아깝지 않은, 오히려 이것을 먹기 위해 다시 오고 싶어질 만큼의 만족감을 주는 녀석입니다.

충무로의 살아있는 전설 [Since 1976]: 충무로 쭈꾸미 불고기 방문기
쭈꾸미야채볶음밥

 


-이안대디의 맺음말 한 줄-

'충무로 쭈꾸미 불고기'는 트렌디한 인테리어도, 화려한 마케팅도 없습니다. 오직 5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단 하나의 메뉴를 갈고닦아 온 장인의 집념과, 그 집념이 만들어낸 맛 하나로만 승부하는 집입니다.

서울에서 유행하는 식당들이 수개월 단위로 생겼다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면서, 이런 노포가 꿋꿋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이미 이 식당은 충분한 경의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가격이 정말 곤란해질 정도로 많이 오른 건 꽤나 불편하네요.

 

오늘도 기나긴 저의 리뷰를 끝까지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